“복음 쓰나미가 밀려왔어요” 재앙 이겨낸 기적…
동일본 대지진 2년, 참사지역 목회자들 訪韓
“끔찍한 재앙이 인간의 마음을 옥토로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23년째 복음을 전하고 있는 조영상(60·니시카사이 교회 담임) 선교사의 고백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겨진 건 깊은 절망감과 공허함뿐. 하지만 대지진이 훑고 지나간 일본인들의 텅 빈 마음밭에 복음이 싹이 자라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2주년을 앞두고 최근 한국을 찾은 현지 동북부 지역 목회자들과 선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북동부 게센누마 마을.
밀어닥친 쓰나미로 교회와 사택을 모두 잃은 미네기시 히로시(66·제일성서침례교회 담임) 목사는 아내와 함께 14㎡(4평) 규모의 좁은 임시주택에서 생활한다. 교회건물 없이 마을 공동시설 등에서 예배를 드린 지가 2년 가까이 되지만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기존 교인 수가 1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 작년에만 마을에서 새 신자 17명이 세례를 받았어요. 과거 10년 동안 우리 교회에서 세례 받은 사람이 1∼2명이었는데…. 이런 게 기적 아닌가요?” 백발의 미네기시 목사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기적 같은 이야기’ 하나를 더 꺼냈다. 흔적만 남기고 무너진 교회 터에 20개월 만에 기도처가 세워졌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국도변 공터에 이전 교회의 10배나 넓은 교회 부지를 구입, 연내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이 한국교회와 성도들, 세계 곳곳에서 십시일반으로 건네주신 사랑과 지원 덕분입니다.”
오시카 반도 쪽 이시노마키시에 사는 킥복서 출신의 기시나미(63) 목사. 그는 쓰나미로 교회를 잃은 뒤 ‘가정교회’를 통해 심방하고 전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전했다. 마을에 있는 10개 가정을 월 2차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예배도 드리고 상담도 하면서 마을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주민들 중에는 저를 만나기 전까지 복음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어요. 심지어 70년 만에 하나님 얘기를 처음 들은 어부와 ‘성경 좀 배우고 싶다’고 직접 부탁하는 노인들도 만나봤어요. 가끔씩 ‘쓰나미가 없었다면 이런 일들이 과연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답니다.”
이번 참사는 복음화율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본교회와 성도들에게 교회일치·연합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후쿠시마현 교회연합회 회장인 기다 게이지(58·고오리야마 그리스도 복음교회) 목사는 “이번 참사로 지금까지 교류가 뜸했던 교회가 서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면서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피해 지역에는 여전히 고치고 싸매고 일으켜 세울 게 많다.
특히 참사 후유증과의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이 지역 토박이인 기다 목사는 사고 발생 직후 정든 마을과 교회를 등져야 했다. 그와 같은 실향민이 16만명에 달한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고향 땅에 돌아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주민들의 마음도 저와 비슷할 겁니다.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에 아직도 산속의 나무는 손도 대지 못해요.” 많은 주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어린이들의 갑상선암 발생비율은 타 지역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밖에 피해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피해 정도와 보상금액 차이 등 보이지 않는 갈등 때문에 서로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는 게 피해지역 목회자들의 증언이다. 어촌마을이 많은 이시노마키시의 경우 수십종의 어류는 방사능 오염 우려로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입원이 없는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나면서 빈집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참사 2년이 지난 지금,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조 선교사는 “초기 1년 동안 이어진 복구사업은 의식주 해결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정신·정서적인 문제의 케어(돌봄)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이들 분야의 사역에 참여하는 교회와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한선교협력회와 일본 그리스도복음교단 등은 재난피해지역 내 무교회 지역을 중심으로 ‘미션네트워크’를 구성, 가정교회 사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출처: 미션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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