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유 | 합동신학대학원 교수
선교사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선교사들의 자질은 무엇인가? 선교사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토록 헌신했던 선교사들이 왜 사역을 포기하고 중도에 돌아오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선교사 후보생 자신이나 선교사 훈련을 담당하는 지도자들의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필자 역시 동일한 고민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하면 선교 후보생들을 효과적으로 훈련시켜 선교지에서 많은 열매를 맺는 준비된 선교사로 파송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선교사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오래 버티며 포기하지 않고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필자는 이 짧은 지면을 통해 선교사 후보생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몇 가지 요점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선교는 제자 삼는 사역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선교는 주님을 닮은 제자들을 만드는 사역이다. 마태복음에 기록된 선교 명령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태는 주님의 제자들을 세우는 사역이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태복음 28장 19절에 등장하는 네 가지 동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명령형으로 기록된 단어는제자 삼으라는 단어 뿐이다. 가서, 세례를 주고, 가르쳐 지키게 하는 사역들은 모두 현지인들을 제자삼기 위한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인 평신도 선교사든, 안수를 받은 선교사든 상관없이 그들의 궁극적인 사역의 목적은 제자를 삼는 것이어야만 한다. 선교지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전략과 방법들이 아무리 탁월하고 멋있어보여도 그러한 것들이 제자 삼는 일에 효과적으로 동원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선교사역은 단순히 자선사업이나 지역개발 사역이 아니다. 우리가 선교지에서 주님 닮은 제자들을 세우는 일에 성공할 때 비로소 우리의 선교사역이 단순한 사회사업이나 자선사업에 중점을 둔 NGO 사역과 구별되는 것이다. 선교사역은 제자 삼는 사역이다.
확고한 소명의식
선교지에서 소위 성공적인 사역을 하기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소명(calling)이다. 하나님께서 자기를 지금의 사역지로 부르셨다는 확고한 소명의식이 결여되면 선교지에서 찾아오는 역경과 시련을 이겨낼 수 없다. 선교사역은 결코 낭만적이거나, 쉽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다. 선교지의 열악한 환경은 견디기 힘든 수많은 심리적, 영적, 육체적인 압박으로 선교사들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생활하며 주님의 사역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정신력, 즉 확신에 찬 소명감과 사명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극심한 역경과 시련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오직 흔들리지 않는 소명의식에서 오는 것이다. 사역, 가정, 동료, 현지인들로부터 오는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공급하는 원천 또한 분명한 소명의식이다. 스펄전 목사의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권면한 말 중가능하면 목회의 길에 들어서지 말고, 일단 선택했으면 생명을 걸고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한 말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선교적 낭만주의(missionary romanticism)
선교는 단순히 가난한 자들을 돕고, 억눌린 자들을 해방시키고, 눈먼 자들을 눈 뜨게 하는 낭만적인 사역이 아니다. 선교사역은 사단의 지배하에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영혼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치열한 영적전투이다. 단순히 인본주의적(humanistic) 시각으로 현지인들을 바라보거나, 현지의 여러 사정들을 낭만적인 시각을 갖고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선교사역은 현지인들의 영적인 실체를 치열하게 파헤쳐서 그들을 주님의 제자로 삼을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사역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소위 성공적인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선교 현지의 상황을 낭만적으로만 읽지 말고 영적인 시각으로 읽을 줄 아는 영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선교사 헌신의 동기가 단순히 해외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이거나, 자녀교육을 위한 방편이거나, 신분 상승의 기회로 생각하거나, 사역지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택한 선택이거나,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선교사 후보생들은 하나님 앞에 스스로를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점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성경지식과 신학의 필요
선교는 가르침이다. 마태는 선교지에서 제자를 삼는 유일한 방법으로 주님께서 가르치신 모든 것을 가르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주님의 말씀을 빠짐없이 균형 있게 가르치는 것이 선교사역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말씀에 관한 가르침이 없다면 어떠한 형태의 선교사역이든지 결국은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학교 설립, 병원 건립, 사회 개발, 사회사업 등과 같은 프로젝트 사역은 그 자체로 선교적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이러한 사역들은 교회가 아닌 NGO 단체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사역들이다. 교회의 선교는 철저하게 영적이어야 한다. 현지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서 주님의 제자를 삼는 사역이 기독교 선교가 일반적인 NGO 단체의 사역과 구별되는 부분인 것이다. 사회사업은 NGO에서 감당할 수 있지만 영적인 사역은 NGO에서 대신 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다. 기독교 선교사역은 영적인 일에 최우선권을 두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지인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경적인 지식과 신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교 후보생들은 그들이 전문인 선교사든, 전통적인 선교사든 반드시 신학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의 성경학교(Bible College)들은 거의 대부분 선교 후보생들에게 필요한 신학교육을 하기 위한 기관들이었다. 우리도 그들의 선교적 전통을 따라 선교 후보생들에게 성경과 신학을 철저히 가르쳐서 파송해야 할 것이다.
사역 경험과 능력
선교지에서 효과적으로 사역하는 사역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들의 풍부한 사역경험과 능력이다. 선교사역은 단순히 확고한 소명의식만 지니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명의식에 부합하는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성경에 관한 지식은 물론 사역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모국에서 전도와 양육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은 선교 현지에서 사역의 열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제자 삼는 것이고, 조직적인 교회(organizational Church)를 세우는 것이라면, 선교 훈련 기관은 선교 후보생들이 선교지에 파송되기 전에 반드시 이러한 사역의 경험과 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전도, 양육, 교회 설립 등과 같은 실제적인 사역 경험이야말로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많은 영적인 열매를 맺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교 후보생들은 선교지로 향하기 전에 스스로 이러한 사역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영적인 훈련(Spiritual Formation)
선교지는 영적 전쟁터이다. 사단은 선교사역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사단의 능력은 하나님의 능력 보다는 약하지만 우리를 낙심시키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적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으면 사단의 공격에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수많은 사단의 공격과 역경으로부터 넘어지지 않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적 전투의 도구들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선교지로 파송되기 전부터 자기를 지키고 방어할 수 있는 영적인 무기들을 스스로 만들고, 훈련을 통해 자기 몸에 배어있도록 해야 한다. 성경읽기, QT, 새벽기도, 철야기도, 금식기도, 연합기도 등과 같은 영적인 도구들을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로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훈련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몇 년을, 몇 십 년을 훈련해도 몸에 잘 배어있지 않다. 영적인 싸움은 하루하루의 싸움이다. 선교지에서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사단의 공격을 해결하고 물리칠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갖추기 위해, 파송받기 전부터 스스로 영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을 받아도 실패하지만, 훈련되지 않으면 더 큰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순종으로 이루어지는 선교
선교사역은 우리의 능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순종으로 되는 것이다. 막연한 순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준비된 참 순종을 의미한다. 참 순종이라는 것은,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선교는 잘 준비된 순종하는 자들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선교사역은 하나님과 인간의 동역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한 영혼도 변화시킬 능력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용하셔서 믿지 않는 영혼들이 변화되는 것을 목도(目睹)하게 하신다.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다. 우리가 준비된 만큼 선교지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것이다.하나님 없이 우리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리고 하나님 또한 우리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신다. 이것이 선교적인 삶을 사는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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