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신학이란? -이상규교수

개혁주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이상규 교수

   역사적으로 볼 때 개혁교회(Reformed church)는 쯔빙글리와 칼빈에 의해 시작된 스위스에서의 개혁운동의 결과로 생겨난 교회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독일의 루터교회(Lutheran church)와 구별하는 의미가 있었다. 이 교회는 독일, 화란, 프랑스 등의 지역으로 확산되었는데, 이런 개혁교회의 신학을 보통 개혁주의 신학이라고 말한다. 개혁주의3)란 넓은 의미로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개혁운동과 그 신학을 통칭하는 용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개혁주의라는 말은 쯔빙글리(Zwingli, 1484-1531)와 칼빈의 개혁운동과 그 신학사상을 루터의 그것, 곧 ‘루터파’(Lutheran)와 구별하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루터파(Lutheranism)나 개혁파는 다같이 로마 카톨릭의 사제주의(司祭主義, Sacerdotalism)를 비판하고 개혁했지만 개혁파는 루터파보다 더 철저한 개혁을 시도하였다. 이 점은 로마교의 ‘전통’(tradition)에 대한 루터와 칼빈의 견해를 비교해 보면 그 경계선이 뚜렷해진다. 루터는 “성경이 금하지 않는 한 전통은 구속력이 있다”고 보았으나 칼빈은 “성경이 명하지 않는 한 전통은 구속력이 없다”고 보았다. 루터는 ‘전통’의 폐기에 대하여 칼빈만큼 철저하지 못했다. 따라서 루터교에는 로마교적 잔재들이 그대로 남게 되었지만, 개혁교회에는 로마교의 잔재를 말끔히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디아포라(diaphora)와 아디아포라(adiaphora)에 대한 루터와 칼빈의 견해차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바트부르그(Wartburg)성에 은거해 있던 루터는 1522년 3월 비텐베르그로 돌아온 후 8편의 연속적인 설교를 했는데, 이 설교에서 그는 복음(福音), 율법(律法), 이신득의(以信得義) 등은 디아포라(diaphora)로 보았으나 예배의식, 성상, 성직자의 예복 등은 아디아포라(Adiaphora)의 문제로 간주하였다. 그는 디아포라(본질적인 것)는 어느 시대에서도 개변될 수 없는 ‘규범적인 것’으로 보았지만 아디아포라(비질적인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임으이로 정할 수 있는 ‘비규범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루터교회 안에는 예배의식, 성직자의 복장 등을 포함한 로마교적 잔재가 남게 되었다. 그러나 칼빈의 경우 모든 문제를 성경에 근거하여 철저한 개혁을 시도함으로서 로마교적 잔재를 일소하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베인톤는 개혁주의란 반사제주의(反司祭主義) 일뿐만이 아니라 루터주의의 개혁으로 보았다. 그래서 베인톤는 “개혁교회라는 말은 쯔빙글리와 칼빈을 따른 스위스,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교회들을 가리킨다. 개혁이란 말은 그들이 루터주의를 다시 개혁하려 했음을 의미한다. 즉 개혁이란 종교개혁의 개혁을 의미한다.”4)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개혁주의란 루터주의(Lutheranism)보다 더 철저한 성경중심적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칼빈신학교 교수였던 클로스터(Fred Klooster)는 개혁주의의 독특성이란 바로 ‘성경적 원리’라고 말했다.5) 그래서 개혁주의는 성경에 기초하여 신관과 우주관, 신앙관,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규명한다. 개혁주의를 보통 칼빈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칼빈이 성경적 가르침을 해설하고 이 신학을 체계화하였다는 점에서 하는 말이다. 비록 쯔빙글리가 칼빈보다 한 세대 앞선 인물이었으나, 칼빈이 보다 선명히 이 신학을 해설하고 체계화하였기 때문에 칼빈주의라고도 불리게 된 것이다.

 

개혁주의자들은 그들의 신학체계가 보다 성경적임을 증명하고, 다른 신학활동들과 구별하기 위하여 그들이 신학을 교리화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신앙고백이었다. 독일의 개혁주의자들은 그들의 신앙과 생활이 루터란과는 다르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하여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서를 작성하였고, 화란의 개혁자들은 그들의 신앙이 알미니안주의자와 다름을 도르트 신조를 통하여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개혁주의 신학은 칼빈의 기독교강요, 칼빈주의자들에 의하여 작성된 벨직 신앙고백서(1561),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1563), 도르트 신조(1619),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그 대소요리문답(1647) 등에 가장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므로 개혁주의자들은 신앙고백을 성경과 같이 절대화하지는 않으나 신조(信條)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개혁주의는 성경을 신앙과 생활의 절대적인 그리고 유일한 권위로 삼기 때문에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며, 그리스도인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는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정치제도에 있어서는 인간중심의 위계제도나 특권층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로마 가톨릭의 사제주의나 교권주의를 배격한다.

 

이 개혁주의 신학을 보통 하나님 중심, 성경중심, 교회중심 사상으로 말하고 실제적 삶의 신학으로 강조해 왔는데 이것은 개혁주의 신학을 따르는 교회적 삶을 간명하게 정리한 마디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님 중심(God-centered)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이 중심일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16세기적 상황에서 말하면 교황이 중심일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개혁주의는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 인간을 엄격하게 구별하며, 인간을 특수한 위치에 두는 신학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나님 중심이란 바로 하나님의 주권사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개혁주의는 창조주 하나님은 자연과 인간과 우주의 통치자이시며,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것이 하나님 중심 사상이다.

 

성경중심(Bible-centered)이란 오직 성경만이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이란 점을 강조한다. 성경 외의 그 어떤 것도 신앙의 표준일 수 없고 신학의 원천일 수 없다. 로마 카톨릭은 성경 외에도 소위 성전(聖傳)이라는 전통을 성경과 동일한 권위로, 때로는 이것을 통해 성경을 해석한다 하여 성경 보다 우월한 권위로 받아드렸으나 개혁주의는 모든 전통을 배격했다. 개혁주의는 “성경은 성경 자신이 해석한다”(Scripturae scriptura interpretum)는 원리를 고수한다. 루터나 칼빈 등 개혁자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복음주의 혹은 개혁주의 신학이 옳다는 점을 성경에 근거하여 성경에 호소하였다. 개혁주의는 바로 성경중심주의 신학이다. 그래서 개혁주의자들은 성경의 신적 권위를 강조한다.

 

개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은 하나님의 교회였고, 하나님의 교회건설이었다. 이것이 교회중심(Church-centered) 사상이다. 신학는 근본적으로 교회를 위한 학문이며, 교회를 섬기는 학문이다. 개혁주의 신학은 이 점을 강조한다. 로마 카톨릭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견적 교회안에서 실현된다고 하여 가견적 교회와 신국을 동일시하지만, 칼빈을 비롯한 개혁자들은 오직 선택된 자들로 구성되는 우주적인 교회, 곧 무형교회 혹은 불가견적 교회(invisible church)를 말하면서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도 회원이 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상의 교회, 곧 유형교회 혹은 가견적 교회(visible church)로 구분했다. 지상의 교회는 완전할 수 없다. 개혁주의는 지상교회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교회의 완전을 향한 추구를 경시하지 않는데, 이것이 교회개혁운동이다. 교회중심사상은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사이에 서 있는 이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적 삶을 추구하며 교회에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려고 힘쓴다. 

 

개혁주의는 현재의 삶과 무관한 공허한 이념이나 관념이 아니라 실제적 삶의 신학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하나님의 주권 하에서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의 삶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이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 속에 살면서도(conform)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transform) 문화적 소명을 지니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신자의 삶의 궁극적 목표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것이 개혁주의 신학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개혁주의 신학을 복음주의, 근본주의, 혹은 보수주의와 혼돈하거나 혼용하고 있음을 본다. 이런 한국의 현실에서 개혁주의가 근본주의나 보수주의 혹은 복음주의와 어떻게 다른 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복음주의란 그 이름처럼 헬라어 ‘복음’이란 말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이미 16세기 개혁자들에 의해 주창되었지만 18세기 영국과 미국의 부흥운동 혹은 대각성운동이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구체적으로 생성되었고, 20세기 후반인 1952년 조직된 세계복음주의 협의회와 1974년의 로잔 세계복음화 위원회에 의해 보다 명료하게 발전된 신학을 의미한다. 복음주의는 역사적 기독교의 신앙과 가르침을 중시하면서 전도나 선교를 강조하고, 신자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는 신앙체계를 의미한다. 기독교의 근본교리를 무시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주의, 보수주의, 복음주의 그리고 개혁주의는 동일하다. 그러나 개혁주의나 복음주의는 분리주의적 혹은 반문화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복음전도와 함께 신자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강조하는데, 이 점은 근본주의와 다르다. 복음주의 신앙은 사회에 대한 분리주의적 입장을 취하지 않지만 개인적 체험을 강조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감성주의라는 점이 그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래서 교회의 전통이나 의식에 무관심하고 이를 간과함으로 개인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결국 이런 입장은 교회관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는 교회의 신앙전통에 대한 관심을 배제하지 않는다. 특히 개혁주의는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 하나님의 영광을 신자의 삶의 목표로 여긴다. 개혁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기 때문에 삶의 전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강조하는 문화변혁적 성격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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